기승전결이 완벽한 게임
스토리가 좋은 게임은 게임성이 다소 부족해도 줄곧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조작의 재미나 허들을 극복하는 쾌감과는 별개로
흥미로운 이야기 한 편을 재미있게 본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죠.
▼ 게임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 게임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전 글 참고
[잡설] 게임, 숏폼, 방송...결국은 '컨텐츠'
학교에서 게임하는 애들 많아요? 어..아뇨! 게임 약간 붐 떨어진 것 같지? (끄덕) 얼마 전 유튜브의 모 채널 영상을 보다가 요즘 학생들은 과거보다 게임을 적게 한다고 현직(?) 학생이 이야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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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재미있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 화려한 연출이나 대사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 말하고 싶은 주제는 이야기의 구조, '플롯'에 관한 것입니다.
<플롯>
흔히 말하는 '기-승-전-결', '발단-갈등-절정-대단원'과 같은 구조를 말하며,
이 플롯이 짜임새가 탄탄해야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
최근 스토리가 좋다고 유명한 '산나비'를 플레이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미있게 플레이했고,
마지막에는 눈물 질질 짜기도 했습니다.
세계관이나 캐릭터, 인물 간의 관계 및 갈등,
반전까지 좋은 스토리에 필요한 요소들 중 대부분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다만, 플롯 구성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웠습니다.
산나비는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모르는 내용이나 겪지 못한 일은 유저도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전형적으로 정보를 제한해 궁금증을 유발/증폭 시킨 뒤,
마지막에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구조죠.
기승전결의 플롯에 매우 어울리기 때문에 많이들 사용합니다.
산나비도 '기-승-전'까지는 정보도 최소화하고,
궁금증을 점점 키워가는 대화, 회상..그리고 갈등.
마지막 챕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퀴즈!
지금부터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기승전결'의 그래프가 기억나시나요?
문학 시간에 배웠는데,
그리 중요한 그래프가 아니어서 안 떠오르시나요?
머릿 속으로 잠깐만 떠올려 보시죠, 옛 기억을 더듬어서.
떠올리셨으면,
정답과 비교해보세요.
▼ 정답 확인

-y축에 긴장감이 아니라 몰입감, 갈등으로 표기해도 상관없음-
...정답과의 간격을 두기 위해 노력하는 중...
...정답과의 간격을 두기 위해 노력하는 중...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떠올렸을 것 같은데,
x축의 제목이나 기울기까지 정확하게 그려내긴 어렵죠.
기승전결 그래프는 이야기의 발단('기')에서 완만한 기울기를 띄다가
서서히 가파라지고 절정 이후에는 음의 기울기로 변합니다.
그것도 매우 가파른 음의 기울기로.
동일한 이야기 진행(△x)에 변화하는 긴장감의 크기(△y)
각 구간의 기울기가 점점 커지다가
절정 이후에는 음의 기울기로 바뀌는 것이 보이시죠?
특히 결 부분의 기울기가 기-승-전의 기울기보다
가파르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하는데,
문제, 갈등, 궁금증의 해결은 짧은 호흡으로 풀어내야 이야기가 맛있어지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동일한 이야기 진행(△x)'는 '사건 내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속도를 말합니다.
ex) 총 10권의 장편 소설이 있는데, 결에 해당하는 파트는 마지막 10권에 다 풀어내야 한다는 뜻
물론 빠르게만 풀어낸다고 능사가 아닌게
납득이 되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되긴 합니다 ㅎㅎ
게임에서 결은,
유저의 플레이에 대한 보상
다시 돌아가서,
산나비의 마지막 챕터가 왜 아쉬웠느냐 하면,
'결' 부분에서 꽁꽁 숨겨두었던 진실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 진실을 한방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파편으로 쪼개어 놓았고,
심지어 파편마다 난이도있는 허들을 두었습니다(맙소사)
산나비 최종장 플레이 도식
몇 번 실패를 거듭하면서 겨우 다음 파편을 확인하면,
또 다른 허들....
이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다시 게임 플레이에 집중이 되더란 말이죠.
웰메이드 게임들을 살펴 보면,
결 부분에서는 조작을 최소화*하거나, 컷신으로만 표현해 '이야기에 집중'시킵니다.
(특정 버튼을 Hold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식)
경험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유저의 플레이'로 인해 갈등 해결의 순간,
그 입구까지 도달한 뒤 이야기는 마치 '보상' 같았습니다.
| 결 | 유저 반응 | 심적 보상 |
| 숨겨진 이야기 전달 | "아, 걔가 그래서 그랬던거구나!!" | 진실을 알았을 때의 쾌감 |
| 슬프거나 행복한 마무리 | "캬, 노력한 보람이 있네" | 뿌듯함 |
이처럼 굳이 '갈등 해결'을 해냈는데,
'해결 과정'에서 유저를 힘들게 하기보다
오히려 해결 과정을 천천히 곱씹을 수 있도록,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야기가 중요한 게임에서 재밌었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한 번 위 플롯을 잘 지켰는가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의 경우에는,
'젤다 야생의 숨결'의 쉬운 최종 보스 가논이 그랬으며,
'It takes two'의 15분간 진행된 부부의 화해 컷씬이 그랬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 'Chants of Sennaar' 등등 너무 많습니다)
스토리 게임,
댓글로 추천받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