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은 기술의 발전, 유저들의 눈높이 상승 등으로 인해 매우 복잡해졌다.
그런 게임을 분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에 내가 느낀 타인들의 분석을 보고 있자면 단조롭고 구조화시킨 경우가 많다.
게임이 복잡해짐에 따라 깊이 있게 파헤친 내 분석이 틀리진 않았는지,
누구나 파악 가능한 부분만 짚는건 아닌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게임의 구조가 복잡하고 해석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 자체를 쉽게 끝내서는 안된다.
분석( 分析 )은 '쪼개어 나눈다'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큰 덩어리를 한없이 쪼개어 봐야 실체(의미)를 알 수 있다.
정량적 분석이 아니고서야 '정답'이 없기도 하고,
단지 다수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보다 자기만의 생각, 경험이 묻어 나는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흑백요리사'에는 두 명의 심사위원이 나오는데
이 두명의 심사 기준,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 보면 깊이 있는 분석에 유용할 것 같아
비유를 통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흑백요리사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은 쟁쟁한 요리사들의 수많은 요리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
-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
- 외식업계의 대표, 백종원.
이 둘을 심사위원으로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두 심사위원이 음식을 바라 보는 시선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옳고 그름, 혹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그저 타당성이 있는 다른 견해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결국 두 명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안성재 심사위원]
"야채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보거덩요."
"저한테는 그게 킥이거덩요."
안성재 심사위원에게 음식의 완성도는 중요하다.
고기, 야채의 익힘 정도, 간이 일정하게 배었는가로 인해 탈락시키기도 하니까.
이는 게임의 기본 문법*에 충실했는지 따져보는 과정과 유사하다.
* 분석하는 사람, 게임의 장르마다 기본의 항목, 용인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 대체적으로 레벨 디자인, UI/UX, 컷씬 전환 등 게임 요소로 생각하면 쉽다.
그렇다고 기본 문법에 충실했는지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건 십분의 일만 이해한 것이다.
안성재 심사위원이 왜 기본에 집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바로 안성재 심사위원이 집요하게 묻던 '의도' 때문이다.
요리의 의도에 따라 익힘 정도나 간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밥이 없어서 탈락,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맵기' 등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이 장르 문법에 어긋나게 설계했다고 가정하자.
이 정보만으로 '장르의 기본 문법을 안 지켰다.' 혹은 '흥행 게임은 이렇게 했는데 이 게임은 저렇게 했다.'와 같은
겉만 핥은 분석은 그 분석을 한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게임의 의도(핵심 재미)에 다가가는데 그 문법이 적절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개발자가 의도한 핵심 재미는 장르의 문법을 파괴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파괴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분석하는 사람은 '핵심 재미는 A인데, A를 체감시키기 위해 문법에 변화를 주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그라이크'는 원래 턴제 전투가 기본 문법이었던 장르다.
스토리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장르였기도 하다.
'아이작'이 출시되기 전까진.
만약 피상적인 분석에만 의거했다면 탄막 슈팅에 스토리를 부각한 '아이작'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작에 대해서는 각자가 조사해 보는 걸로 하자.)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본에만 충실한 요리는 말 그대로 요리의 기본을 잘 지킨 것이고,
안성재 심사위원도 본인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킥이 있느냐'가 한 단계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요리로 본다.
'킥'은 간단하게 게임의 핵심 재미로 빗대어 볼 수 있는데
정확히는 그 게임이 가지는 '매력'으로 봐야 할 것 같다.
'RPG'를 분석한다고 하면 어떤 것을 분석해야 할까?
대부분이 대답은 전투 혹은 성장 요소를 분석해야 된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는 요소다.
이 명제는 어떤가?
"모든 RPG 제작자는 전투와 성장 요소에 매력을 투자했다."
무조건 참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현대의 RPG 구조는 꽤나 심플하다. 스킨을 바꿔 놓으면 구분이 힘든 경우도 있다.
고도로 발전해 온 장르이기에 전투와 성장 요소에서 차별점을 찾기 힘들 수 있다.
오히려 캐릭터의 외형이나 시나리오에서 매력을 느낄지도 모른다.
간단한 예로 '호그와트 레거시'의 전투나 성장 요소는
일반 RPG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모던한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을 일반적인 시각으로만 분석했다면
전투나 성장 요소에서 '킥'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없기 때문에
분석은 그냥저냥 뻘소리만 하는 '억지 설득'만 남게 된다.
정작 그 게임의 '킥'은 '내가 직접 호그와트를 누비는 체감'에 있는데 말이다.

[백종원]
"재밌네~"
백종원 심사위원은 안성재 심사위원보다는 너그러운 편으로 보인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지 못지 않게 타이트하다.
중식여신의 '동파육 만두'의 일그러진 모양보다
그 맛과 풍미가 더 중요하고
비빔대왕의 '비빔 의식'이 다소 요란해도
비빔밥을 맛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던 것처럼
맛에 집중을 한다.
안성재 심사위원이 꼼꼼하게 살펴 보던 기본은
'의도'로 도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했는데,
그럼 백종원 심사위원은 기본을 안 본다는 것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안성재 심사위원보다 '직관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요리의 본질은 결국 맛이다.
깔끔한 뒷처리, 플레이팅 모두 중요하지만,
가산의 영역이다.
게임으로 이를테면캐릭터 모션이 자연스러운 것이 좋고,
그래픽 품질이 높으면 보는 맛이 있겠지만,
게임의 재미를 논할 때는 가산의 영역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산의 영역일지 핵심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게임 분석하는 사람에게 빗대어 보자면
게임의 본질 역시 재미이기에
여러 요소들에서 미흡한 부분이 보였다 한들
핵심 재미에 도달했다면?
부족하다고 평가를 써내려 가고 있던 것들이 실제로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 있다.
이렇듯 분석하는 사람은 더 큰 그림에서 게임을 바라보고,
규칙과 형식, 장르적 문법에 적합성에 집중하기 보다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게임을 하다가 '내 눈에 띈 죄'로 인해
굳이 단점이라고 언급하기 이전에 재미 요소에 방해되었는지 체크해 보자.
(제발 아는 것이 나왔다고 이렇게 쓰면 분석 글이 이뻐보이겠지 이런 마인드로 분량을 채우지 말자.)
'흑백요리사'에 나온 두 심사위원의 시선을 게임에 빗대어 보았는데,
서두에 말했던 이 둘의 시선은 다른 듯 같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나?

두 심사위원 모두 요리의 본질(맛)을 중요하게 보듯
우리도 게임의 본질(재미, 매력)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해서 탐구하고 분석하고 전달하자.
대부분 이런 매력은 '감상'과 '체감'의 영역이기에 보통 제쳐 두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게임의 중요 요소가 아닌 부분에서 명확히 후킹이 되었다면,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수의 사람에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어려운 일이지만,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읽은 시간이 아까운 그런 분석 글보다는
공감할 수 없는 포인트가 있다 하더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번 쯤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과 같은 분석 글이 나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