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는 지표로 설명이 안 되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는 선수야
여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Sports도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를 뽑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팀 스포츠의 경우에는 최고의 선수 선출이 쉽지 않다.
유명한 발롱도르마저 공격수에 편향된 투표가 나오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월즈 4회 우승을 하고,
GOAT라고 불리는 FAKER에 대해서도 최고의 선수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 중 대표적인 것이
지표에 보이는 수치가 낮다는 것이다.
과연 '지표가 낮다=롤 능력치가 낮다'가 맞는 것일까?
오늘은 이 주제와 함께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고자 한다.
지표 이야기가 나왔으니
'기록의 스포츠'라 불리고, '통계학'을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야구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고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교해 보자.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턴제 게임'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턴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공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순간을 턴 종료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외부 요인이 개입하기 힘든 개인 타석으로 인해
팀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기록의 측정과 분석이 쉽다.
그 밖에도 동일한 공격 기회(팀당 9이닝) 등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여하튼,
기록의 편의성 때문에 야구의 역사와 함께 데이터를 쌓아올 수 있었고,
현재는 통계를 활용한 여러 분석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어떨까?
만약 야구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면 지표를 신뢰해도 되지 않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외부 요인 개입이 활발한 실시간 게임
우선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야구 게임과 크게 다른 점은
턴제 게임이 아니라 실시간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외부 요인의 개입이 잦은.
아래의 이미지는 경기 시작 전 '키 플레이어의 지표'를 비교하는 장면이다.
(특정 선수의 비방, 옹호의 목적이 아니라 예시다 예시! 제발 싸우지 좀 말자!)

두 번째 줄인 분당 대미지를 보자.
| Chovy | Faker | |
| 분당 대미지 | 610(1st) | 520(3rd) |
단순 수치상으로는 Chovy 선수가 딜을 더 잘 넣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 수치에는 여러 외부 요인이 개입되었을 수 있어
정확하게는 '평가 자체를 할 수 없다'가 정답이다.
아래와 같은 가상의 정보를 추가하면 분당 대미지가 어떻게 보이나?
| Chovy | Faker | 비고 | |
| 분당 대미지 | 610(1st) | 520(3rd) | |
| 판 수 | 2 | 2 | 너무 적은 판 수 |
| 선택한 챔피언 | 코르키/코르키 | 갈리오/갈리오 | 챔피언에 따른 기대 딜량 차이 |
| 경기 시간 | 평균 48분 | 평균 15분 | 대미지를 넣은 시간의 차이 |
| 정글 갱킹 | 0회 | 6회 | 갱킹에 따른 라인 압박 차이 |
| 한타 횟수 | 평균 18회 | 평균 1.5회 | 대미지를 넣을 기회, 시간 |
우리 팀이 15분 만에 경기를 끝내는 팀이면
딜을 한참 뽑아낼 수 있는(스킬 대미지도 높기까지 한) 시간과 기회가 오지 않는다.
메타나 팀 실력, 방향성에 따라 딜링 챔피언을 못할 수도 있다.
턴으로 끊어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기록은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야구와 다르게
'개인의 기록'이 '개인의 것이 아닌 기록'이 되는 것이다.
통계의 함정을 조심하세요
비단 외부 요인이 많기 때문에 평가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평균의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평균'은 단순히 '결과' 뿐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선수 | A 선수 | B 선수 |
| 1경기 KDA | 16/1/14 | 8/2/5 |
| 2경기 KDA | 0/3/2 | 7/2/8 |
| 평균 KDA | 16/4/16 = 8 | 15/4/13 = 7 |
두 선수를 비교하면
평균 KDA만 확인하면 A선수(평균 KDA 8)가 더 잘하는 것 같다.
상세 경기 데이터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말해 보자.
1) 그래도 높은 수치를 기록할 줄 아는 A선수가 좋아 보인다.
2) 매 판 변동성이 적은 B선수가 좋아 보인다.
평균의 함정을 회피하기 위해 분산, 왜도, 첨도와 같은 통계량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게 평가한 2번이 그나마 더 적절하다.
하지만 2번도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ㅇ이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경기와 같이 적은 데이터는 통계학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본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기(보통 30개 이상) 수가 필요하다.
한 시즌에 어떤 타자가 주자 만루 상황을 1번 마주했고, 만루 홈런을 쳤다.
이 타자의 만루 상황에서 만루 홈런을 친 확률은 계산상 100%라고 해서,
이 타자의 별명이 '만루 홈런의 사나이'라고 하면 납득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 중 평균을 낸 지표는
그 시즌의 상을 주기 위한 업적의 결과 정도로 끝내야지 '선수의 평가'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리그오브 레전드의 대체 선수 승리 기여도
그럼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에서 쌓이는 데이터는 쓸모가 전혀 없는가?
그렇지 않다.
데이터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현재 제공되는 지표가 분석 자료로써 활용 가치가 없을 뿐.
실제로 인게임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가를 활용하는 팀도 있을 것이다.
'피어엑스(구 샌드박스)' 팀에도 분석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저자본으로 팀을 꾸리는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플옵권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의 가치를 단순히 평균만으로 평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야구에는 '대체 선수 승리 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 WAR)'라는 지표가 있다.
※ 한 선수의 WAR이 6.5로 나왔다면, 이 선수 한 명이 투입되었을 때 팀에 6.5승을 챙겨줄 수 있다는 뜻

한 선수가 팀의 몇 승을 책임지는지를 뽑아낸 지표로 계산이 매우 복잡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 가지의 지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상관분석을 통해 승리에 상관관계가 높은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했다는 것이다.
WAR=(BattingRuns+BaseRunningRuns+FieldingRuns+PositionalAdjustment+LeagueAdjustment+ReplacementRuns)/RunsPerWin
리그나 통계 사이트마다 산출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선수 평가에 가장 신뢰받는 자료로 평가받는 이유다.
선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이런 지표가 필요하다.
경기 분석, 선수 분석에 좀 더 많은 통계적 지식이 활용되고,
WAR과 같은 지표가 많아진다면
Faker 선수의 'Invisible Something'도 보이지 않을까?
아, 물론 보이든 안 보이든
Faker 선수가 GOAT이자 LoL 그 자체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